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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 감상 후기

Emily BrontëWuthering Heights폭풍의 언덕에밀리 브론테

엔믹스 릴리의 언급으로 읽게 된 책이다. '폭풍의 언덕'이라는 작품도, '에밀리 브론테'라는 작가도 모두 들어본 적은 있지만, 한동안 책을 읽지 않기도 했고, 책을 손에 넣는 과정도 수고로워 읽어보지 않다가 일본 여행동안 완독하였다.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소설의 내용이 쉽게 짐작가지 않았다. 하지만 명작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믿고 읽기 시작했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언쇼'를 중심으로, 린튼 가와 언쇼 가의 이야기를 '넬리'의 시점을 주로 빌려, '드러시 크로스'의 새로운 세입자 록우드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1847년에 쓴 소설이지만 두 가문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언쇼의 사랑, 등장인물들이 가진 결핍과 컴플렉스, 서로간의 관계, 정서적 교류와 히스클리프의 복수, 힌튼 가와 언쇼 가의 몰락, 그리고 히스클리프의 사망, 캐서린 린튼과 헤어튼 언쇼가 보여주는 조금은 희망적인 결말이 주된 내용이다. 작품의 전개 방식과 히스클리프, 에드거 린튼 등 등장인물들의 입체적 묘사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높은 몰입감으로 인해 작품 내에서 묘사되는 정서적, 물리적 폭력이 불쾌하게 느껴지고,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여러 등장인물들이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가 굉장히 답답했다. 물론 이 부분은 제 3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어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결말인데, 소설에서 악인으로 묘사되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언쇼가 함께 행복한 마지막을 보내는, 비록 사후이지만 악인이 해피 엔딩을 차지하는 것이 별로였다. 결과적으로 캐서린 린튼과 헤어튼 언쇼의 결합으로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무력화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에드거 린튼이나 이사벨라 린튼이 겪은 고통스러운 경험들은 전혀 사라지지 않고, 언쇼가 히스클리프를 친부처럼 여기기에 더 이상의 부정적 묘사를 피하는 캐서린 린튼의 모습은 히스클리프의 복수와 히스클리프가 자행한 악한 일들을 가볍게 덮는 것으로 느껴진다. 강인한 모습의 히스클리프보다 교양 있지만 강인하지는 못한 에드거 린튼에게 더욱 몰입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또, 캐서린 언쇼가 에드거 린튼과 결혼한 이유가 린튼에 대한 사랑이 아닌 히스클리프를 위해서이고, 마지막까지 히스클리프를 사랑했으며 함께 있고 싶어 했던 것도 불쾌하게 느껴진다. 캐서린 언쇼는 이기적이며, 모든 악행의 시초를 만든 인물이다. 현실의 일이었다면 끔찍할 정도로 싫어할 것 같은 인물이다.

린튼 가의 인문들에게도 부정적인 평가를 해보자면, 에드거는 교양이 있으나 수동적이고, 어떤 일도 반격하지 못하는 한심한 인물로 보인다. 캐서린 린튼의 경우에는 시대적인 한계인지 사람의 급을 나누는 모습을 보이고, 동정심과 사랑으로 행동을 결정하며 순식간에 두 번의 결혼을 했다!

인물들이 입체적인 모습을 띄고, 소설의 진행과 결말도 평면적인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양상을 띄고 있는데, 이러한 문학 작품이 높게 평가받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내 취향과는 다른 결의 작품이고, 내가 생각하는 선한 인물이 선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상적인 상황과는 반대되는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감과 박진감을 생각해 보면 굉장히 뛰어난 작품인 것 같다. 내용 자체에 공감이 되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감정과 성장, 그리고 결핍에 대해 곱씹게 되는 작품이었다.